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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경고등학교 동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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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8-04-22 09:23

부경고 제 60회 장재영( 중앙대 약학과 진학)

글쓴이 : 관리자

부경고등학교와 나의 학습 분투기

부경고 제 60회 장재영
( 중앙대 약학과 진학)

안녕하세요, 저는 부경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장재영입니다. 고등학교 새내기로 입학식을 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졸업을 맞게 되었군요. 그동안 많은 선배님들과 동창회의 지원, 선생님들의 정성어린 가르침 속에 즐겁고 추억에 남는 고등학교 생활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그 때 고등학교 진학을 결정하는 시기가 되었을 무렵, 나는 부경고등학교의 인문계 전환과 많은 동창회 지원 소식을 알게 되었습니다. 장학금 혜택과 기숙사, 그리고 경남상고의 명성을 이으려는 열정적인 선배들의 지원이 너무 큰 메리트로 다가왔기에 저는 바로 부경고등학교를 지망했고, 장학금 혜택을 받으며 입학하여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이 동창회의 지원은 너무 큰 혜택을 내게 주었습니다. 고3 생활은 마치 끝없는 마라톤이나 전선을 모르는 전투와 같은 불안에 싸여 지내게 되는데, 경제적 어려움에 놓이게 되면 그 마라톤 시합은 얼마나 어려워지겠습니까. 어떤 가정, 어떤 부모라도 고3이 필요한 여러 가지를 다 지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거기에 만일 집안에 어떤 어려운 일이 있기라도 한다면 그 전투는 이미 패배가 예상된 거나 마찬가지가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저는 입학하면서부터 동창회 지원이라는 마음 든든한 지원군을 곁에 두고서, 기숙사 생활이라는 더없이 좋은 여건에서 공부를 하게 되어 정말 더없이 큰 다행을 누리는 행운을 얻었던 것입니다. 더구나 그 지원은 대학에까지 계속 받게 되어, 이런 지원을 누리지 못하고 어렵게 생활하는 많은 친구들을 생각하니 너무 큰 고마운 마음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한 편으로 저는 고등학교 생활을 하면서, 학습과 진로에 대해 큰 고민을 겪기도 했습니다. 많은 선배, 후배들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낯선 미래를 준비하기에는 고등학교 3년이 너무 짧으면서, 그리고 더디게만 느껴졌습니다.
처음 자연계로 진학한 것은 막연히 의약계열로 나가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집안 형편이 그리 넉넉하지 못했기 때문에 공대나 자연과학대에서 이룰 수 있는 학문적 성취보다는 안정된 길이 차라리 답이 될 것이라고 나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내가 정말로 가고 싶은 길이 무엇인가 하고 물으면 나는 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과에서는 의대가 최고이고, 사회가 인정하는 삶을 살려면 그리로 가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또 제가 의사로 일생을 살아간다고 했을 때, 봉사와 생명 존중이라는 소명의식에 행복을 느끼며 살아갈지 의문이 들기도 했습니다.
또 의대에 지원하기에는 안정적인 점수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도 이유가 되었지만, 저의 성격이나 적성 등을 생각하면, 약대로 진학해서 좀더 차분하게 공부하는 것이 제게 맞는 길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수시2학기 면접 전형으로 중앙대학교 약학부에 합격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너무 뜻밖의 합격이라 얼떨떨하기만 했고, 또 저의 수능 성적으로는 약학부에 지원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큰 행운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약사라는 진로가 너무 불안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책이나 인터넷으로 약학이라는 분야가 화학, 생물을 기본으로 하며 인체에 대해서도 공부하는, 의학과 뿌리가 같은 학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약학을 공부하면 단순히 약사나 공무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과학 분야로 진출하거나, 변리사(전문 분야), 또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CEO 등 다양한 길을 갈 수 있다는 것 또한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나의 꿈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며, 어떤 한 분야에 대한 꾸준한 열정을 가지고, 저의 능력을 최대한 펼칠 수 있는 분야를 찾으려는 생각을 가자고 있을 뿐입니다.

또 저는 고등학교 공부를 하면서 어떤 뚜렷한 원칙이나 비법을 찾은 것은 없었으며, 그래서 3년 내내 고민하고 시달렸던 수학 과목에 대해 좀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원래부터 수학을 효율적으로 공부하고 잘 하는 사람들에게는 별 일이 아니겠지만, 늘 수학을 두려워하는 학생들에게는 그 어려움을 극복한다는 것이 큰 의미가 있는 일이 될 테니까요.
제가 수학 공부를 하면서 제일 시간을 많이 투자했던 부분이 ‘개념’에 대해서라는 것입니다. 수학선생님이나 수학을 잘 하는 친구들의 설명을 들어보면, 개념이 제일 중요하다고 하는 것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개념을 공부하는 것이 무슨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처럼 비효율적인 일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수학은 무조건 많은 문제를 다루어 보며, 문제의 유형을 많이 알아야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하지만, 가만히 틀린 문제들을 살펴보니 문제에서 요구하는 개념을 몰라서 틀린 것의 비중이 높았습니다. 어려운 문제, 소위 4점짜리 문제의 경우 문제의 개념만 알면 오히려 더 쉽게 풀릴 수도 있었습니다.
또 대학 교재에나 나올 법한 어려운 것들, 즉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것은 수능에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수능 기출을 분석하면서, 평가원 모의고사를 치면서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2학년 때는 오로지 기본서에만 충실했고, 어느 정도 개념이 잡힌다고 생각되는 3학년부터는 문제집 풀이에 집중을 했습니다. 모든 문제는 맞추었다 하더라도 그냥 넘기지 않고, 최소한 3번은 풀어보았습니다. 무조건 양을 늘이는 공부보다는, 한 문제라도 정확한 이해를 가지고 풀이하는 것이 진짜 실력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여러 번 풀어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표시를 하고 선생님께 질문하였으며, 오답 노트에 정리도 했습니다.
2학년 때부터는 하루 공부 시간의 70% 정도를 수학에 투자했습니다. 그 때문에 다른 과목의 공부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없었지만, 과탐 같은 경우는 내신 준비 기간이나 방학 때 보충하기로 했고, 언어랑 외국어는 학교 수업시간에 최대한 집중하고, 하루도 거르지 않고 감을 유지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언어, 외국어도 마찬가지로 양에 집중하기 보다는 한 지문이라도 여러 번 읽고 꼼꼼히 분석해서 내 것으로 만드는 학습을 했습니다.
이렇게 수학에 늘 집중해서 공부했지만, 모의고사 성적은 별로 잘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매달 모의고사를 치면서 변동하는 등급에 크게 휘둘려서 공부 계획을 바꾸기보다는 필요한 점만 취하고, 자기가 늘 하던 것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본격적으로 수시 진학 시기가 되어서 가고 싶었던 여러 학교에 지원서를 쓰고, 논술도 보러 다녔습니다. 그 중에는 1차 전형에도 통과하지 못하기도 했고, 논술을 잘못 써서 불합격한 곳도 있었습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하고 기대했기 때문에 실망감도 들고 우울해지기도 했습니다. 사실 이런 슬럼프에 빠져 중요한 때에 공부에 집중하지 못 하는 일도 여러 번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어려운 점은 ‘학교별 전형’에 따라 ‘수시 전략’을 잘 세우지 못한 것도 큰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막연하게 그냥 지원하는 일만 생각했지, 자신의 강점 부분은 어디인지, 상향 지원인지, 경쟁률은 어떠한지, 논술 비중은 얼마인가 등 많은 중요한 사항을 간과하는 시행착오를 거듭하기도 했습니다. 수시 지원을 할 때에는, 반드시 자신에게 유리한 전형 요소를 꼼꼼히 분석하여 지원하고, 혹시 안 되는 일이 있어도 대범하게 무시하고 바로 정시 준비에 돌입하는 마음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수능 1달 전쯤부터는 수능 시간표에 맞추어 각 과목을 공부하려고 했습니다. 모의고사를 1회분씩 풀고 채점을 한 뒤 오답을 점검했습니다. 그 때부터는 새로운 학습을 공부하려고 하기보다는, 지금까지 공부했던 노트나 책을 다시 보면서 내용을 완전히 기억하려 했고, 특히 수리영역에서 늘 생기는 실수를 줄이기 위해 여러 모의고사를 집중해서 풀려고 노력했습니다. 또 각 과목별 교과서를 읽고, 정리해 둔 노트나 오답노트를 공부했습니다.
수능 2주일 전부터는 새로운 문제를 풀기보다 지금까지 풀어 봤던 문제 중에서 어려운 것들을 모아서 다시 풀어보고, 잠도 조금씩 늘리고 컨디션 조절을 했습니다.

그런데도 사실 수능을 잘 치지는 못했지요. 언어는 어렵고, 수리는 쉽고, 영어는 평이했던 것 같았지요……. 시험을 치고 매스컴에서 수능 분석을 갖가지 말했지만, 이미 수능을 친 나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내용일 뿐이었습니다. 그날 저녁 정말 가슴 아프게 울기도 했는데, 이미 때 지난 후회일 뿐이었으며, 고3 엄마로 고생한 어머니 마음이 더 아프신 듯 했습니다.
하지만, 남은 수시 전형에 최선을 다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논술과 면접을 차분하게 준비했습니다. 논․구술에서는 배경지식이 중요하다고 판단되어 학교 논술자료, 기본서의 심화된 내용을 읽고, 학원에서는 하루에 한편씩 쓰는 연습을 했습니다. 면접 준비는 특별히 따로 하기 보다는 논술에서 배운 내용을 구술로 표현할 수 있는 정도를 점검했습니다.
면접을 보는 날 새벽에 KTX로 서울로 올라갔습니다. 면접 대기실에 앉아서 잠시 기다리니 면접 순서를 알려주었습니다. 저는 2번이어서 첫 번째로 면접을 보게 되었고, 1번이 불참하였기 때문에 3번 지원자와 함께 문제 풀이실에 들어갔습니다.
문제는 10분의 시간을 주고, 주제 한 개에 관해 3가지 문제를 푸는 형식이었습니다. 면접 문제는 프랙탈에 관한 것이었고, 1번과 2번 문제는 로그와 무한등비급수에 관한 평이한 문제였습니다. 3번 문제는 조금 어려워서 고민하다가 나름대로 가정을 하고 풀었습니다.
면접실에 들어가니 교수님 두B분이 앉아 계셨습니다. 뒤에 화이트 보드가 있었고, 문제의 풀이과정을 적은 뒤 한명씩 번갈아 가면서 풀이 과정을 설명하는 식이었습니다. 3문제 중 2문제를 제가, 3번지원자 다음으로 설명하게 되었는데, 되도록 앞 지원자가 언급하지 않은 개념과 풀이과정들을 설명하려고 했습니다. 지원 동기나 사회적 이슈에 관해서도 간단히 정리해 갔는데, 추가 질문은 없이 면접을 마쳤습니다.

이제는 많은 친구들이 고3 시절을 가장 행복한 시기로 꼽는데, 저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어서 두렵기는 하지만, 무엇이든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의 시기가 아닌가 합니다. 또 대학 입시라는 힘든 상황 속에서 긴장도 되고 스트레스도 받지만, 서로 다독이며 한 목표로 나아가는 친구들의 우정이 얼마나 귀중하고 값진 것임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봄 향기를 한껏 내뿜으며 흩날리던 벗꽃나무, 우리의 열정이 남겨진 교실, 존경하는 선생님들, 가장 순수한 시절을 공유하는 친구들 …….
이런 아름다운 기억들을 가슴에 담고서, 부경고에 입학하던 무렵보다 더 많이 배우고 생각하며 더욱 성장하여, 이제는 졸업을 하고 서울권으로 진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더 넓은 세상에서 보다 발전하는 사람이 되며, 그리하여 내 큰 꿈을 이루어 가면서 한 편으로는, 우리 부경고등학교 동창회처럼 어렵게 공부하는 사람을 찾아 도우는 정신을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사람의 미래가 얼마나 다양하게 이어질지는 생각하기 어렵겠지만, 어느 때라도 우리 사회를 밝히는 작은 촛불이 되고, 이 촛불들이 모여 우리 사회를 밝히려 애쓰는 가운데, 많은 청소년들은 제 나름의 꿈을 키워 갈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아름다운 삶의 전통을 이어가는 사람이 되려고 늘상 마음에 새기도록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더 아름다운 사회에서 만나기를 기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