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백전노장’ 이차만 감독(63)이 경남FC의 새로운 사령탑에 올랐다.
경남은 17일 일리야 페트코비치 전 감독과의 계약을 중도 해지하고, 이차만 전 부산 대우 로얄즈 (현 부산 아이파크) 감독을 신임 사령탑, 이흥실(52) 전 전북 감독대행을 수석 코치로 선임했다.
경남 김해 출신인 이차만 감독은 화려한 지도자 경력을 소유한 백전노장이다.
이차만 감독은 1981년 모교 고려대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이후 3년간 13개의 대학대회를 우승하면서 지도자로서의 재능을 내비쳤다. 특히 1983년에는 춘계 대학연맹전부터 총 6개 대학 대회에서 싹쓸이 전관왕을 거머쥐는 기염을 토했다.
그의 진가는 1983년 대우 로얄즈 코치로 프로에 입문하면서 발휘됐다. 이감독은 87년 대우 로얄즈 감독으로 12경기를 남긴 상황에서 우승을 거머쥐면서 역대 최연소 우승 감독(만 37세)에 등극한 동시에 감독상까지 차지했다.
1988년부터 3년간 이탈리아 월드컵 국가대표팀의 코치로 활약한 이감독은 1991년에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다이너스티컵(현 동아시안컵)에서 대한민국을 우승으로 이끌기도 했다.
이차만 감독은 1997년에도 대우 로얄즈 사령탑으로 복귀해 정규리그 및 컵대회 등 그 해 열린 3개 대회를 모두 우승하면서 변함없는 지도력을 인정 받았다.
이흥실 수석코치는 경남 창원 출신으로 화려한 선수 경력의 소유자다. 1985년부터 8년간 포항에서 활약하면서 신인왕, 도움왕, MVP, 베스트 11 5회 선정 등 최고의 프로 경력을 보유했으며 K리그 최초 ‘30(골)-30(도움) 클럽’을 달성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2005년부터 7년간 전북 현대 수석코치로 활동했고, 2012년 전북 현대 지휘봉을 잡고 팀을 정규리그 2위로 올려 놓았지만 자진 사퇴하며, 1년간 야인 생활을 해왔다.
인터풋볼 한재현 기자 |
---------------------------------------------------------------------
[나의 선수시절50] 이차만, 70년대 초중반 대표팀 중원의 한 축 담당
1970년대 초중반,
대표팀 미드필드의 한 축을 담당했던 선수가 바로 이차만(61)이다.
이차만은 경남 김해 출신으로 동래중과 경남상고(현 부경고), 고려대, 포항제철 등을 거쳤다. 그는 작은 체구였지만 다부진 승부 근성을 갖고 있었으며, 기술적으로나 체력적으로도 뛰어난 선수였다.
현역 은퇴 이후에도 고려대와 부산 대우(현 부산 아이파크) 감독을 거치면서 수많은 우승컵을 손에 넣었으며, 1990년에는 대표팀 감독도 역임하는 등 지도자로서도 성공적인 삶을 보냈다.
1970년대 초중반 대표팀의 중원을 책임졌던 이차만 ⓒ이상헌
부모님 몰래 축구 시작하다
이차만은 또래 선수들에 비해 상당히 늦게 축구를 시작했다. 부산 대신중에 입학했던 그는 반 대항 축구대회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 당시 부산의 중학교 축구는 1-2부리그로 나눠 운영되고 있었고, 대신중은 2부리그 소속이었다. 선배들의 간절한 부탁으로 대신중 축구부에 가입한 이차만은 이내 축구 명문 동래중의 레이더망에 걸렸고, 결국은 동래중 유니폼을 입게 됐다.
"방학이 되어 김해로 내려갔는데, 대신중 축구부 선배들이 거기까지 찾아왔더라고요. 한 게임만 뛰어달라고 하면서 축구화랑 다 주길래 얼씨구나 싶어서 따라갔죠.(웃음) 구덕운동장에서 경기를 했는데, 제 플레이를 보고 동래중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왔어요. 처음에는 부모님 반대가 정말 심했는데, 결국은 하게 됐죠."
당시 동래중은 최고의 축구 명문이었다. 선수들 개개인도 초등학교 시절 부산 및 경남 지역에서 최고라고 평가받던 선수들이었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축구 늦둥이 이차만은 살아남았다. 타고난 재능 뿐 아니라 엄청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 시절 무진장 노력했어요.(웃음) 모두 초등학교 때부터 볼 잘 찬다는 소리를 듣던 친구들이었거든요. 선배들과 자취하면서 하루 종일 축구만 생각하고, 축구만 했었죠. 부모님의 반대 속에 시작했던 축구인 만큼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각오가 있었습니다. 아마 내 생애 가장 열심히 축구했던 시절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그런 노력 덕분인지 3학년 때는 전국대회 우승도 차지했었죠."
동래중을 졸업한 이차만은 동래고가 아닌 경남상고(현 부경고)로 진학했다. 주위에서는 동래고를 권유했지만, 그는 형과 누나가 살고 있는 대신동 근처의 경남상고를 택했다.
"모두들 동래고로 가라고 했었죠. 그런데 동래중 시절에 자취하면서 엄청나게 고생을 했거든요. 그래서 형님과 누님 댁에서 통학할 수 있는 경남상고를 택했습니다.(웃음)"
1971년 대학선발에 뽑혔을 당시의 이차만 ⓒ월간축구
고2 시절에 청소년대표에 선발
이차만은 경남상고 1학년 시절부터 에이스로 활약했다. 당시 전국대회였던 부산대 총장기 4강전에서 경신고를 2-1로 꺾을 때 결승골을 터뜨렸고, 동래고와의 결승전에서도 결승골을 넣으면서 우승의 일등 공신이 되었다. 그는 1학년임에도 대회 득점왕과 MVP를 휩쓸었다.
결국 이차만은 고2 시절에 U-20 대표팀에 선발됐다. 2학년 중에는 유일했다. 그는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1969년 태국에서 열린 AFC U-20 챔피언십에 참가했으나 8강에 그치는 아픔도 맛봤다. 이듬 해인 1970년에도 U-20 대표팀에 선발된 그는 필리핀에서 열린 U-20 챔피언십에 2년 연속 참가했고, 그 대회에서는 3위를 차지했다. (현재 U-19 챔피언십이었지만, 당시는 U-20까지 참가가 허용됐었다. -편집자 주)
"난생 처음 대표팀에 선발된 것이라 정말 기뻤습니다. 축구 선수라면 누구나 태극마크를 다는 것이 꿈이잖아요. 당시 원흥재, 조한흥, 김승태, 남대식 선배 등과 함께 뛰었던 기억이 납니다. 1969년 대회는 성적이 신통치 않았고, 다음 대회에서는 3위를 차지했었죠."
"한 가지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말하자면, 당시 이란과 경기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경기 전 예상이 대부분 이란의 승리였어요. 그 때문인지 격려차 오셨던 고태진 당시 KFA 부회장님도 경기 전날 그냥 귀국하셨었죠. 그러자 팀을 이끌던 함흥철 선생님이 분노하셔서 이란전에 반드시 이기자고 강조하셨죠."
"팀 미팅이 끝나고 방으로 돌아왔는데, 같은 방을 쓰던 조한흥 선배가 아무도 몰래 못을 들고 경기에 나가자고 하더군요.(웃음) 당시에는 유니폼 바지에 주머니가 있었거든요. 거기에 못을 넣어가지고 들어갔다가 이란 선수를 막을 때 푹 찌르고 잔디에 버리자는 것이었어요. 결국 그렇게 했죠.(웃음) 전반 끝나고 당시 코치셨던 박경화 선생님이 AFC에서 부른다고 해서 갔더니 혹시 못을 쓴 선수가 없냐고 묻더래요. 없다고 해서 그냥 무마되고 우리는 1-0으로 승리했던 기억이 납니다.(웃음)"
고려대 입학..1학년 시절 국가대표팀 발탁
초고교급 선수로 성장한 그를 두고, 여러 대학에서 스카우트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최후의 승자는 고려대였다. 이차만이 고려대에 진학한 이유는 단순했다.
"일단 우리 집안이 영천 이씨인데, 당시 고려대 재단 이사장님이 문중 어른이셨어요.(웃음) 그리고 경남상고 출신들이 고려대로 많이 가기도 했고요."
1971년 고려대에 입학한 그는 6월에 국가대표팀에 선발됐다. 당시 대표팀은 청룡과 백호로 나눠 운영했다. 청룡은 대표 1군이었고, 백호는 대표 2군이었는데, 이차만은 백호로 선발된 것이었다. 그리고 백호의 일원으로 자카르타 국제 친선대회에 참가한 그는 결승전에서 40m 중거리 슛으로 득점에 성공하며 스타로 떠올랐다. 이어 귀국하자마자 대학선발에 뽑혀 일본에서 한일정기전을 치렀고, 가을에는 청룡에 발탁되는 기쁨까지 맛봤다.
"그 해는 정말 정신이 없었죠. 백호에 있다가 대학선발을 하다가 청룡까지 발탁되었으니까요.(웃음)"
"그런데 사실 처음 참가한 청룡 생활이 좋은 것만은 아니었어요. 저와 박이천 선배가 막내였거든요. 그래서 온갖 허드렛 일을 둘이서 다 했던 기억이 납니다.(웃음) 대학의 낭만을 만끽하고 싶은데, 합숙소에 갇혀서 축구공에 바람 넣고, 선배들 빨래하고, 이런 것들만 하니까 얼마나 싫었겠어요."
"당시 저는 20세를 갓 넘었는데, 35~36세였던 서성오, 허윤정 선배님과 같은 방을 쓰게 됐거든요. 정말 불편했죠. 뭐라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고요. 그래서 그냥 선배님이라고 했더니 두 분 모두 '야, 너는 자식 뻘이야' 그러시더군요.(웃음)"
"더군다나 당시 정강지 선배 등 어마어마한 선배들이 있었거든요. 저는 경기를 뛸 수 있는 레벨이 아니었죠. 괜히 어릴 때 들어와서 경기는 못 뛰고 고생만 잔뜩 할 것 같아서 그만두려고 했어요. 그랬더니 옆에서 박이천 선배가 '야, 나는 3년 동안 축구공에 바람만 넣었다. 참아라' 그러셨죠.(웃음) 당시 박이천 선배도 이회택 선배님을 비롯해 쟁쟁한 공격수들 때문에 경기에 많이 출전 못하셨거든요."
선배 박이천의 말이 씨가 되었는지 이차만은 그 해(1971년) 9월 10일에 열렸던 이란과의 친선경기를 통해 청룡의 일원으로 처음 피치를 밟았다. 이 경기에서 청룡은 2-0으로 승리했고, 이차만은 90분 풀타임을 소화했다. 그리고 곧바로 뮌헨 올림픽 아시아 예선에서 주전으로 활약했다.
그러나 올림픽의 꿈은 허망하게 무너졌다. 1971년 9월 25일 서울운동장에서 열렸던 말레이시아와의 예선 1차전에서 한국은 0-1로 지고 말았다. 당시 일본만 꺾으면 올림픽 출전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출전했고, 의외로 말레이시아가 일본을 3-0으로 꺾으면서 그 희망은 현실로 한 발 다가왔다. 그러나 수중전으로 열렸던 말레이시아전에서 32개의 슈팅과 20개의 코너킥을 기록하면서도 득점에 실패, 오히려 역습에 휘말려 1골을 내주며 패배했다. 이 패배가 빌미가 되어 결국 뮌헨 올림픽 참가는 좌절되고 말았다.
"수중전을 비롯해 여러 가지 악조건이긴 했어요. 특히 저처럼 체구는 작지만 기술로 볼을 차는 사람은 정말 불리했죠. 배수 시설도 형편없어서 물 먹은 잔디에 발이 푹푹 빠졌으니까요. 그래도 말레이시아에 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당시에 동남아에서 열리는 메르데카배나 킹스컵 등에 참가해 우승도 하고 경험도 많이 쌓은 상황이었거든요. 경기도 일방적으로 몰아붙였는데, 운이 따르지 않았죠. "
"생각해보면 당시 환경이 많이 열악하긴 했습니다. 그 시절에는 서울에 잔디운동장이라고는 서울운동장밖에 없었죠. 제가 청소년대표팀 시절 훈련하다가 발목을 삔 적이 있었는데, 그 이유도 어린이대공원의 잔디밭에서 훈련하다가 푹 빠지면서 다쳤던 것이에요. 경마장 중앙에 있는 잔디밭에서 훈련하기도 했고요. 그 정도로 열악했죠."
1971년 대표팀 1진 청룡에 처음 뽑힌 이차만 ⓒ월간축구
1972년, 아시안컵 참가..아쉬운 준우승
뮌헨 올림픽 참가가 좌절된 이차만은 1972년에는 태국에서 열린 AFC 아시안컵에 참가하게 됐다. 이 대회에는 테크니션 김진국과 신예 수비수 김호곤, 이차만의 고려대 동기인 고재욱, 고려대 2년 후배인 차범근, 황재만 등의 젊은 피가 가세해 김호, 이회택 등의 베테랑들과 함께 신구조화를 이뤘다.
그러나 이차만은 무릎 부상의 후유증으로 이라크와의 1차전과 태국과의 4강전에는 출전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란과의 결승전에서는 파워 축구를 구사하는 이란에게 1-2로 패하면서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사실 그 때 무릎부상이 있어서 대회 참가를 포기하려고 했었죠. 그런데 팀에서 꼭 필요하다고 해서 참가하게 됐어요. 결국 이라크, 태국전을 제외하고는 경기에 나섰는데, 이란과의 결승전은 정말 힘들었습니다. 워낙 이란 선수들의 체격이 좋고 파워도 대단했거든요. 체구가 작은 저로서는 더 힘들었죠. 그 때문인지 이후에도 이상하게 이란만 만나면 힘든 경기를 하게 되더군요."
펠레와의 맞대결
아시안컵이 끝난 후, 대표팀은 '축구 황제' 펠레와 산토스 팀을 초청해 친선 경기를 치렀다. 펠레의 전설적인 플레이를 보기 위해 서울운동장에는 정원을 훨씬 넘는 35,000여명의 관중이 들어찼다.
그리고 당시 박병석 대표팀 감독은 이차만에게 펠레의 전담마크를 명했다. 이차만은 전후반 내내 끈질기게 펠레를 따라붙었고, 때로는 거친 플레이로 펠레를 짜증나게 만들기도 했다.
"사실 저는 공격형 미드필더에 가까웠거든요. 그런데 그 경기에서 저보고 펠레를 막으라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죽기 살기로 막았죠. 전후반 내내 졸졸 따라다니면서 마크하니까 펠레도 짜증을 내더군요.(웃음)"
"그런데 역시 펠레는 대단했어요. 한순간 잠시 방심했는데, 1골을 내주고 말았죠. 지금도 기억에 생생한데, 산토스의 공격에 박영태 선배가 돌파를 허용했어요. 저는 펠레를 마크하고 있다가 돌파 당한 쪽으로 커버를 들어가면서 유기흥 선배에게 펠레를 막아달라고 했죠. 그런데 그 찰나에 펠레에게 볼이 갔고, 왼발로 차는 척 하면서 우리를 속이고 바로 슈팅을 시도해 골을 넣더군요."
"정말 수준이 다르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제가 하도 따라다녀서 기억에 남았는지, 경기 끝나고 펠레가 제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웃더군요.(웃음) 그리고 출국하면서도 제가 기억에 남는다고 인터뷰를 했고요."
서독월드컵 아시아예선을 준비할 1973년 당시의 대표팀(아랫줄 왼쪽에서 두번째가 이차만) ⓒ한국축구백년사
코칭스태프와의 불화로 대표팀에서의 활약 이어가지 못해
대표팀에서 꾸준히 주전 미드필더로 활약하던 이차만은 1973년에 열렸던 서독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도 활약을 이어갔다. 그러나 정작 최종예선 호주와의 3연전에서는 아예 나오지 않았다.
당시 대표팀은 민병대 감독과 문정식 코치 체제였고, 축구 스타일에 대한 견해 차이로 인해 불화가 생겼다. 당시 민병대 감독은 장신 스트라이커 김재한을 활용한 공격을 많이 활용했고, 그것에 대해 이차만은 불만을 표시했던 것.
"개인적으로 저는 롱 킥에 의한 축구를 굉장히 싫어합니다. 나도 킥에 있어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하지만, 당시에는 너무 단순하게 재한이 형에게 올리는 공격만 시도했어요. 그 부분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고, 결국은 감독님, 코치님과 트러블이 생겼던 것이죠."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후회가 되는 점도 있어요. 그 때 코칭스태프와 트러블을 일으키지 않고, 대표팀에 이바지했다면 월드컵에 한번 참가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긴 합니다."
이후 이차만은 대표팀 사령탑이 바뀌면서 1974년 말 킹스컵을 통해 대표팀에 복귀하기도 했지만, 1975년 하반기부터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표팀에 대한 여러 불만이 겹치면서 소속팀 포항제철에만 집중했다.
"일단 앞서 말한 대로 코칭스태프와의 불화도 있었고, 대표팀에 대한 회의감도 들었어요. 예전에는 당시로서는 큰 돈인 5만원씩 주면서 격려도 해주고 그랬는데, 메달 하나 주면서 국가에 충성을 다하라고만 하더군요.(웃음)"
"U-20 대표팀 시절 지도하셨던 함흥철 감독님이 다시 대표팀 사령탑으로 오시면서 저를 다시 불렀어요. U-20 대표팀 때부터 저를 좋아하셨던 분이라 못하겠다는 말은 못하고, 일부러 다리 기브스를 해 '선생님, 다쳐서 못하겠습니다'라고 말했던 기억이 납니다. 죄송스럽긴 했지만, 당시에는 대표팀에 복귀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어요."
1997년 감독으로 부산 대우의 3관왕을 이끌었던 이차만(가운데) ⓒ베스트일레븐
포철에서 선수로 뛰면서 고려대 코치로 활동
대표팀을 그만두고 포철에 전념하고 있던 시절, 이차만은 독특한 경험을 하게 됐다. 포철에서 선수로 뛰면서 모교인 고려대의 코치로 활동하는 이중 생활을 하게 된 것이다. 당시 고려대 김상협 총장이 박태준 포철 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이차만을 고려대 코치로도 활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을 했고, 박태준 회장이 승낙하면서 이중 생활이 시작됐다.
"그 무렵에 고려대가 4년 연속 연세대와의 정기전에서 패했습니다. 그래서 김상협 총장님이 저를 코치로 쓰길 원하셨던 것 같아요. 당시 고려대가 김정남 선배가 감독이셨는데, 너무 부드러우셨기 때문에 코치로 좀 다부진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어요. 어느 날 박태준 회장님이 부르시더니 고려대에 파견 나가서 코치로 활동하라고 말씀하시더군요.(웃음)"
"그 이후부터 1년 정도 포철에서 경기 뛰고, 고려대 가서 코치 활동하고 그랬어요. 사실 지도자를 할 생각은 없었는데,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지도자의 길로 뛰어들게 되었죠."
지도자 입문, 우승제조기로 각광 받다
1981년에 현역에서 은퇴한 이차만은 지도자로서 모든 명예를 다 누렸다. 고려대 시절 3년간 전국대회에서 13차례나 우승했고, 1997년 부산 대우 감독 시절에도 사상 초유의 3관왕을 기록했다. 이후 모교인 부경고로 와서도 여러 차례 전국대회를 제패했다.
2009년까지 부경고에서 감독 생활을 했던 이차만은 현재 지도자 생활을 정리했다. 안선진 코치에게 감독직을 물려주고, 부경고 후원회장으로서만 활동하고 있다. 지도자는 은퇴했지만, 여전한 열정으로 부경고 축구의 발전을 위해 뛰고 있다.
"고려대에서 13번을 우승했는데, 한 해에 전관왕을 차지한 적도 있었습니다. 춘-추계 대학연맹전과 대학선수권, 대통령배, 종합선수권, 전국체전에서 모두 우승했었죠.(웃음) 그리고 부산 대우에서도 97년에 정규리그와 2개의 컵 대회를 모두 우승해 3관왕을 차지했었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나름대로 축구인으로서 후회 없는 삶을 살았다고 생각합니다. 현역 시절에도 기술적인 축구를 원했고, 남을 다치게 하거나 퇴장 당했던 적도 거의 없었어요. 여담이지만, 고교 시절에는 대표팀이 부산에 합숙 왔을 때 정강지, 정병탁 같은 선배들의 기술을 배우기 위해 애쓰기도 했죠. 당시 정병탁 선배의 헛다리 드리블을 배우고 싶어서 연습게임에서 일부러 풀백을 보게 해달라고 하기도 했고요. 맞대결을 하면서 그 기술을 배우고 싶어서..(웃음)"
"어쨌든 현역 시절에도, 지도자를 하면서도 기술적인 면을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현재 부경고가 기술 축구, 패스 게임에 의한 축구를 하는 것도 그런 영향이 있는 것이고요. 이제는 직접 지도를 하진 않지만, 남은 여생도 축구와 함께 살아갈 생각입니다.(웃음)"
인터뷰=이상헌
조회 : 11,07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