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연안에 피항하는 중국 어선들이 우리 영해에서 불법 조업, 어구 손괴, 오물 투기 등을 일삼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대형선망수협 김임권 조합장은 중국 어선들의 횡포가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수준에 다다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속 가능한 어업을 위해서는 우리의 어장을 지켜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우리의 안방과 논, 밭을 중국 어선들에 내 주고 이 곳이 황폐화되는 것을 지켜보는 것만큼 안타까운 일은 없습니다."

긴급상황 아닌데도 피항
국내항 출항 때 불법조업
우리 영해 어자원 씨 말려

그는 중국 어선들이 서해 북부 해역부터 제주도 근해에 이어 동해 북한 수역까지 진출해 어자원의 씨를 말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반도 연안에 피항하면서 몰래 조업을 하며 우리 안방 어자원까지 황폐화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제주도에서 피항을 위해 화순항에 들어와 있던 많은 중국 어선들이 줄지어 나가는 걸 봤어요. 그런데 이들이 출항하면서 우리 영해에서 불법 조업을 하지 않는지, 쓰레기를 투기하지 않는지 감시하는 해경 단속선은 하나도 보이지 않더군요."

중국 어선들은 제주도 화순항을 비롯해 가거도, 소리도, 나로도, 울릉도, 거제도, 진해만, 포항항, 백령도 등 서해~남해~동해 전 연안에 수시로 피항하고 있다.이들 어선의 불법 조업, 오물 투기, 어구 손괴가 잇따라 어업인의 불만이 크다. 하지만 정부는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국제협약과 한·중 어업협정에 따르면 중국 어선들은 기상악화, 생명위협 등 긴급상황에 해경에 신고 후 피항할 수 있다.

"피항 해역이나 항구를 지정하지 않도록 돼 있더라도 해경은 불법행위에 대한 감시가 쉬운 곳으로 어선을 유도해야 해요. 하지만 중국 어선들은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 피항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정부는 피항 사유, 불법 조업 여부에 대한 검문·검색하고, 다시 바다로 나갈 때도 불법행위를 단속해야 하지만 제대로 지켜지는 경우가 없습니다."

김 조합장은 "심지어 급박한 경우가 아니라도 피항을 사유로 우리 연안에 들어와 불법행위를 일삼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타국 어선이 바다 경계선을 넘으면 어김없이 경비정이 달라붙습니다. 타국 어선의 피항을 허용하고 있지만 태풍 등 긴급한 상황에 한정하고, 항로와 항구를 지정해 불법의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고 있어요."

그는 우리도 중국 어선들이 피항을 꺼리도록 절차를 번거롭게 바꾸고, 피항 전후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근해 어선을 감척하고, TAC(총허용어획량)와 휴어기, 금어기를 설정하면 뭣 합니까? 정부는 우리 어장을 지켜내는 기본적인 임무부터 수행해야 합니다." 이대성 기자 nma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