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나서 제대로 제삿밥을 얻어먹으려면 상속과 증여를 10년 전부터 미리 미리 준비해야 합니다."

부산의 한 세무법인 대표가 일반인들에게 쉽지 않은 상속과 증여에 대해 쉽게 풀어 쓴 책을 발간해 화제다. 세무법인 '중추'의 대표세무사이자 법학박사인 노태주 전 부산세무사회 회장이 바로 그 주인공.

노 대표는 최근 '생활세금 시리즈 1-상속과 세금', '생활세금 시리즈 2-증여와 세금'이란 제목의 책 2권을 동시에 내놓았다.

37년 세무 경험 토대로 한
'적법한 부의 대물림' 조언
증여는 '미리' 상속은 '공증'

"상속세 자문을 많이 했는데 형제 혹은 부모 자식들이 한 번도 웃고 나간 적이 없습니다. 재산을 가진 사람들이 사전에 준비하지 않으면 결국 가족 간의 화목이 깨집니다. 답답한 마음에 알고 있는 지식과 지혜를 모아 책을 냈습니다."

이 책은 상속과 증여에 대한 실무지식을 삽화와 함께 일목요연하게 담고 있어 읽기 편하다. 일반 사람은 물론이고 조세전문가들도 가까운 곳에 두고 쉽게 볼 수 있도록 포켓북 형식으로 나왔다.

노 대표는 자신의 책에 대해 '적법한 부의 대물림을 위한 필독서'라고 자신했다.

그는 "미국 속담에 '인생살이에서 피할 수 없는 운명이 있으니, 그 하나는 세금이요, 다른 하나는 죽음이다'는 말이 있다"며 "웰빙(Well Being)보다 웰다잉(Well Dying·좋은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상속과 증여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표는 사전 지식이 없어서 벌어진 갈등 사례를 소개했다. 수년 전 재산이 많았던 한 할아버지는 2명의 딸에게 미리 재산 일부를 나눠주고 아들에게는 자기가 죽은 후 재산을 물려줄 생각이었다.

그러나 사후 상속은 할아버지의 의도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딸과 사위가 '법대로 상속'을 요구해 아들에게 넘길 의도였던 재산은 결국 3분의 1로 쪼개지고 말았다. 상속에 대한 지식이 없어 미리 공증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 대표는 "죽은 사람은 말이 없다"며 "상속은 적정 분배를 해서 미리 공증해두는 게 반드시 필요하며, 증여는 죽기 전 10년 이전부터 미리 미리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부모님에게 상속 이야기를 꺼내면 '이놈들이 벌써부터 내 재산이 탐이 나서 이러는구나'라고 섭섭하게 생각할지 모르니 제가 발간한 책을 슬그머니 부모님께 권해드리면 된다"며 웃으며 조언했다.

노 대표는 1977년 세무사 합격 후 37년간 전국 곳곳에서 세무 관련 강의를 진행해왔다. 이번에 발간한 책도 그런 토대 위에 만들어졌다.

"상속을 둘러싼 불화와 상처를 수도 없이 봤습니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 책을 냈습니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어디든 강의를 할 생각입니다." 손영신 기자 zer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