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작성일 : 15-06-24 09:19
|
안상수.안상진(33회) '파초' 같은 내 삶에 거름이 돼 준 그들(부산일보 2015년0624일기사)
|
|
|
글쓴이 :
사무국
 조회 : 10,810
|
그동안 살아오면서 수많은 고비를 겪었다. 그때마다 이끌어주고 용기를 준 고마운 분들이 있었다. 이분들은 나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내 인생에서 첫 번째 멘토는 교사와 급우 등 학교공동체다. 1978년 경남상고(현 부경고) 1학년 때 할머니와 아버지가 연이어 돌아가셨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는 부산 서구 꽃동네에서 꽃행상을 하면서 할머니와 아버지의 병원비와 약값을 대고 자식들을 먹여 살려야 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빚쟁이들이 집으로 몰려들었다. 나는 어머니의 힘든 모습을 보면서 학교를 그만두려고 했다.
고교 시절 어려운 형편 탓 중퇴 위기
은사·급우 물심양면 도움에 학업 마쳐
제대 후 기획사 발탁, 전영록 전폭 지원
험한 연예계 연착륙해 순탄한 생활
병마와 싸우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때
생계 도와 준 30년 지기 이상민
대중 앞에서 다시 노래하게 이끌어 줘
이런 사정을 알게 된 학교 선생님들은 학생회장을 통해 모금운동을 펼쳤다. 또 우리 형제(안상수·안상진)의 공납금도 면제해 학도호국단비만 내면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도와주었다.
급우들도 많은 도움을 주었다. 점심 때마다 도시락을 모아 나누어 먹었고, 수학여행 때에는 전교생의 모금으로 여행비를 마련할 수 있었다.
특히 가정 형편 때문에 기죽지 말고, 학교생활에 재미를 붙일 수 있게 소풍이나 수학여행 등 학교 행사 때마다 우리를 불러 노래를 부르게 했다.
교사와 급우 등 학교공동체로부터 받은 사랑과 도움 때문에 학창 시절을 큰 어려움 없이 보낼 수 있었다. 특히 학교 행사 때마다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준 것은 나중에 수많은 관객 앞에 자연스럽게 설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주었다.
학창 시절 학교공동체로부터 받은 사랑은 자선공연의 밑거름이 됐다. 그때 받은 것을 지금 돌려주고 있다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심장병 어린이 돕기 모금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두 번째 멘토는 가수 전영록이다. 제대를 3개월 앞두고 KBS와 중앙문선단에서 위문공연을 왔다. 이때 부대 대표로 노래를 부르게 됐다. 이때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던 가수 전영록의 매니저와 담당 PD 등의 눈에 들었다.
제대 후 부산에 있을 때 당시 전영록 소속사 대표로부터 전화가 왔다. 서울로 올라오라는 것이었다. 그곳 연습실에서 숙식을 하면서 가수의 꿈을 키워갔다.
가장 큰 문제는 노래 실력보다 심각한 부산사투리였다. 노래 연습보다 사투리를 고치는 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했다.
전영록(당시 형이라고 불렀음) 멘토는 배고픈 연습생 시절, 밥도 사주고 격려도 많이 해주었다. 방송 노하우도 일일이 가르쳐주었다. 생방송 때 가사가 기억나지 않거나 목소리가 잠길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카메라를 어떻게 쳐다봐야 하는지, TV와 라디오에 출연했을 때 마이크 쓰는 법, 악단과 조화를 맞추는 법 등 하나에서 열까지 세심하게 알려주었다.
그는 또 수많은 팬과 일일이 악수하는 등 가수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과 진솔하게 팬을 대하는 법 등을 솔선수범으로 보여주었다. 연예인으로 첫걸음을 내디딜 때 연예인이 지녀야할 가치를 직접 보여주고 각인시켜준 것이다.
이뿐 아니다. 회사 사무실 위층에 전영록 팬클럽 사무실이 있었다. 데뷔 초기 어느 날 우리를 자신의 팬클럽 회장에게 소개하면서 지원 사격을 부탁하기도 했다. 전영록 팬클럽 회원들은 방송국에 엽서를 보내 우리 노래가 보다 많이 방송될 수 있게 도와주었다.
또 방송 출연 때마다 우리를 데리고 다녔고, 자신의 콘서트 게스트 가수로 우리를 1순위로 넣어주기도 했다.
기도 많이 살려주었다. 전영록 멘토가 없었다면 여기저기 눈치를 보다가 기가 죽어 제대로 노래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다른 소속사의 기라성 같은 가수들이나 방송국 PD들은 우리를 항상 데리고 다니는, 당시 최고의 인기가수 전영록 때문에 우리에게 함부로 대하지 못했고, 무리한 요구를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가 없었다면 우리의 연예인 생활이 결코 순탄하지 않았을 것이다.
세 번째 멘토는 30년 친구이며 ㈔수와진사랑더하기 부산경남지회장인 이상민 씨다.
2011년 암 때문에 왼쪽 폐의 3분의 1을 절제하는 대수술을 받았다. 이 때문에 노래를 하지 못하니 경제적인 사정도 어려워졌다.
이때 친구 이상민 지회장이 "고향인 부산에서도 자선 모금 공연을 한 번 해 보자"고 제안했다. 그는 부산진구청과 협약을 맺고 거리공연을 위한 천막과 집기를 준비하는 데에도 발 벗고 나섰다. 또 생계를 이어갈 수 있게 도와주었다.
그의 도움으로 고향, 특히 공기 좋은 어린이대공원에서 노래를 하니 마음도 안정되고, 폐활량도 점점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 그는 병마를 이기고 대중 앞에 다시 노래를 할 수 있게 이끌어준 고마운 친구이자 멘토인 것이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