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의 의리' 부산고 발전기금 100억 모아 명문 부활

- 수능성적 2년 만에 71→ 28위

부산고(부산 동구 초량동)는 과거 경남고와 함께 '전국구' 명문고로 이름을 떨쳤다. 하지만 고교 평준화 이후 동구 지역 등 도심 공동화로 입학생이 줄어들자 한때 폐교 위기까지 겪었다. 성적도 부산 최하위권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를 보다 못한 3만1000여 동문이 2008년 '부산고 발전위원회'를 만들어 학교발전기금 100억 원 모금에 나서면서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4일 본지가 최근 4년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을 분석한 결과 동문의 파격적인 지원을 받은 부산고는 부산 지역 일반계고교 가운데 수능 성적이 급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1학년도 수능 당시 국어 수학 영어 영역의 표준점수 평균 합이 290.1로, 부산 지역 일반고 중 최하위권인 71위에 그쳤던 부산고는 지난해 수능에서는 302.9로 일반고 가운데 28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부산고 측은 연간 3억 원에 달하는 동문의 지원을 학력 신장의 가장 큰 원동력으로 꼽았다. 부산고 발전위는 현재 약정 기준으로 104억 원을 모았다. 실모금액은 97억 원에 달한다.

부산고는 발전기금의 이자 수익으로 해마다 3억 원의 장학금과 학교 운영비 등을 지원받는다. 2009년 2억 원에 이어 기숙사가 완공된 2010년에는 비품 구매 등을 합쳐 5억 원을 지원받았다. 기숙사도 동문회장과 친분이 있는 지역 건설업체가 지어 기증했다.

학교 측은 논술 등 수준별 특강을 도입했고, 여기에 수도권 유명 강사를 초청하는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일선 고교에서 외부 강사 초빙은 수익자 부담 방식이어서 이를 시행하는 곳은 적은 편이다. 하지만 부산고는 동문회 지원으로 참가 학생이 30% 정도만 부담한다.

 

기숙사 운영비도 70%를 지원받으므로 해운대 등 원거리 지역 성적 우수 학생을 받아들이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강병수 부산고 교감은 "학교 역시 과학 중점학교로서 다양한 체험 활동을 개발하고 수준별 심화과정을 할 수 있는 창의경영학교를 운영해 인성과 학력 신장에 애쓰고 있다.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비를 동문이 지원해 줘 예산상 큰 어려움은 없다"고 말했다.

이재준 부산고 발전위 사무국장은 "특목고와 자사고에 밀려 공교육의 근간인 일반고가 피폐해지는 것을 방지하는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궁극적으로는 꿈이 살아있는 학교를 구현하는 게 지원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