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경남 김해시 장유체육공원에서 열린 '제54회 청룡기 전국고교축구대회' 육민관고와의 16강전에서 승리를 만들어낸 부경고 안선진 감독의 모습 ⓒ 사진 이 기 동 기자

30도가 넘는 불볕 더위도 '구덕골 호랑이' 부경고(부산)의 힘찬 포효를 막지 못했다. 부경고가 난적 육민관고(강원)를 누르고 부산팀 중 유일하게 8강에 오르는 저력을 뽐냈다. 6년만에 대회 정상 탈환에도 가속 페달을 밟았다.

부경고는 29일 김해 장유체육공원에서 열린 제54회 청룡기 전국고교축구대회 16강전에서 전반 3분 문태환의 결승골을 잘 지켜내며 육민관고를 1-0으로 눌렀다. 부경고는 육민관고의 거센 저항에도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으며 부산축구의 자존심을 지켰다. 남승우(툴비즈), 최치원(서울 이랜드FC) 등이 활약하던 2009년 이후 6년만에 정상 탈환 가능성도 키웠다.

무더위와의 전쟁이나 다름없었던 이날 경기에서 부경고는 전반 시작 3분만에 문태환이 선제골을 터뜨리며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상대 수비가 느슨해진 틈을 놓치지 않은 문태환의 과감한 플레이가 적중한 대목이었다. 이후 부경고는 육민관고의 '선수비-후역습'을 적극적인 공간 압박과 빠른 패스웍으로 파괴하며 볼 점유율을 높였다. 안정된 경기운영을 통해 상대 뒷공간을 적재적소에 흔들며 페이스를 유지했다.

그러나 문전 앞에서 집중력이 결여된 것이 아쉬웠다. 에이스 김민수와 문한진, 김준석 등이 활발한 움직임으로 수차례 득점 기회를 맞았지만, 마무리가 매끄럽지 못했다. 무더운 날씨에 후반들어 선수들의 체력이 급속도로 고갈된 가운데 간간히 이뤄지는 육민관고의 역습에 수비 밸런스가 흔들리며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골키퍼 이동욱과 센터백 조석영을 축으로한 수비라인의 육탄방어로 위기를 벗어났다.

경기 내내 육민관고와 치열한 육탄전을 펼친 부경고는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잘 유지하며 힘겹게 승리를 낚았다. 무더운 날씨에 체력적인 부담을 노출했음에도 빠른 패스웍과 강한 압박의 강점을 효과적으로 살리며 강팀의 본색을 잃지 않았다. 상대의 수비 전술에 움츠러들지 않고 공격적인 플레이로 제 페이스를 유지하는 등 벤치의 임기응변과 선수들의 하고자하는 의욕 등이 완벽한 하모니를 연출한 셈이다.

"33~35도에 육박하는 무더운 날씨에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이 많았다. 전반 초반 골이 빨리 터졌지만, 체력적인 부담 탓에 득점 찬스에서 집중력이 떨어졌다. 육민관고가 수비 위주로 나오다가 역습을 펼칠 것을 대비해 공격적인 플레이로 나왔는데 정신적인 부분에서 문제점을 노출한 것 같다. 그래도 수비라인에 상대 역습과 볼을 뺏겼을 때 압박을 주문했는데 마무리를 잘 해준 것은 위안으로 삼고 있다."

"패스 게임도 많이 움직여야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전술이다. 움직임을 많이 가져가야 하는데 움직임이 다소 떨어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조별리그 2차전 영상과학고(경기) 전부터 선수들이 해보려는 의지가 점차 살아나고 있다. 아직 부족한 부분은 많지만, 경기를 거듭할수록 좋아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다행이다. 패스 게임과 볼 소유 능력을 대체로 갖추고 있어 원하는 수준의 70%는 만족하고 있다."

살림꾼 문태환의 '미친 존재감'은 육민관고 전 승리의 소중한 지표였다. 문태환은 전반 3분 선제 결승골을 비롯, 경기 내내 공-수에서 안정된 플레이로 팀에 '소금' 역할을 다해냈다. 무릎부상을 안고 있음에도 끈질긴 커팅 능력과 매끄러운 빌드업 전개 등으로 육민관고의 플레이를 무력화시키며 승리에 앞장섰다. 에이스 김민수도 상대의 집중견제에도 문한진, 김준석 등 동료 선수들과 활발한 연계 플레이로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태환이가 첫 경기 김해생명과학고(경남) 전 이후 힘들어했다. 무릎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체력 저하까지 오며 걱정이 컸는데 중요할 때 골을 넣어줘서 고마울 따름이다. 항상 미드필더에서 팀의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고, 경기 조율과 수비력 등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다. 남은 경기에서도 잘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민수가 매 경기 상대 견제를 받고 있지만, (김)준석, (문)한진이 등 나머지 선수들이 제 몫을 다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체력적인 문제가 크기에 리저브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주전들의 체력을 안배하려고 하는 편이다."

부경고는 31일 오후 3시 클럽팀 중 유일하게 8강에 오른 Aceway U-18(경기)과 준결승 길목에서 맞붙는다. 16강에서 경남공고(부산)에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연출한 Aceway U-18이 끈끈한 팀워크를 앞세워 상승 무드를 타고 있지만, 선수들의 하고자하는 의욕과 정신력 등은 결코 뒤질 것이 없다. 일반 학원팀과 클럽팀의 자존심 대결로 관심을 끌고 있는 가운데 작은 실수 하나가 승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점쳐진다.

"Aceway U-18은 조직력이 좋고 미드필더와 공격라인에 몇몇 선수가 스피드를 겸비했다. 더운 날씨에는 집중력이 떨어지면 위험한 상황이 분명 빚어진다. 전술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변수가 많다. 33도까지 육박하는 날씨에 선수들의 마음가짐이 상당히 중요할 것이다. 여름에는 아무리 강팀이라도 뛰는 량이 부족하면 낙오될 수 밖에 없다. 절대 방심하지 않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플레이를 펼치면 좋은 경기 할 수 있을 것이다."

총동문회의 열성적인 응원과 지원은 부경고 선수들에게 든든한 '지원군'이다. 재경 김해 동문회와 총동문회 측은 매 경기마다 선수들을 목청껏 응원하는 것은 물론, 영양과 휴식 등 모든 편의를 아낌없이 제공하고 있다. 총동문회의 지원에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의 사기는 충만하기만 하다. 2009년부터 모교 부경고의 지휘봉을 잡은 안선진 감독도 청룡기와 인연이 깊다. 동래중(부산)과 부경고 소속으로 1990년과 1993년 우승을 맛본 안 감독은 감독 부임 첫 해 팀을 16년만에 청룡기 우승으로 이끌며 청룡기와 남다른 인연을 안고 있다. 지난 시즌 각 종 대회에서 부진을 면치 못한 만큼 부산축구의 최후 보루로서 총동문회의 응원에 보답하려는 안 감독과 부경고 선수들의 땀방울은 여전히 촉촉하다.

"학창시절에 청룡기 우승을 2번이나 한 경험이 있다. 경남상고(부경고의 전신) 시절에는 최우수선수상도 받았었고, 감독 부임 첫 해 청룡기 우승을 맛봤기에 청룡기와는 인연이 많다. 김해에 부경고 동문회 선배님들이 많이 계시는데 매 경기마다 응원을 보내주시고 선수들 식사 등 모든 편의를 제공해주셔서 항상 감사드린다. 8강 진출팀 중 부산팀이 우리밖에 남지 않았다. 날씨와 컨디션 등 여러 가지 변수가 많지만, 선수들의 정신적인 부분을 잘 추슬러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지난 시즌 성적이 저조했는데 이번 청룡기는 우리에게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매 경기 준비 잘해서 부산축구의 자존심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가 잘 준비하면 분명히 좋은 결과가 따라오리라 믿는다. 2009년 이후 청룡기에서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는데 이번 만큼은 기필코 정상에 올라서 총동문회 선배님들의 성원에 보답하겠다. 부경고 축구부가 아직 건재하다는 모습도 확인해주고 싶다." -이상 부경고 안선진 감독